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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바나[Nirvana] 'Scentless Apprentice' (소설원작, 가사분석, 커트코베인)

cgking 2026. 7. 15. 18:41

목차


    솔직히 저는 Nirvana 노래가 소설에서 왔다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1990년대 중반, 잡지 한 줄짜리 기사가 저를 서점으로 달려가게 만들었고, 그 충동이 결국 파트리크 쥐스킨트라는 작가 전체를 탐독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커트 코베인이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를 읽고 'Scentless Apprentice'를 썼다는 사실, 그 연결고리를 따라가다 보면 한 사람의 독서 취향이 어떻게 음악 한 곡의 뼈대가 되는지 선명하게 보입니다.

    Nirvana In Utero Album



    소설 원작: 『향수』가 커트 코베인을 사로잡은 이유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체취가 전혀 없는 남자 그르누이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 공포 소설입니다. 후각적 천재이지만 사회에서 완전히 고립된 인물, 그리고 그가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기 위해 저지르는 스물다섯 번의 살인. 줄거리만 보면 단순한 범죄 소설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제가 처음 이 책을 손에 든 건 고등학생 때였는데, 솔직히 헤세나 톨스토이 같은 묵직한 고전을 기대하고 펼쳤습니다. 그런데 첫 챕터를 넘기자마자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속도감이 달랐고, 긴장감이 달랐고, 문체의 질감이 달랐습니다. 회오리에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랄까요. 결국 다음 날 학교에서까지 손을 놓지 못하고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습니다.

    커트 코베인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 소설에 중독됐던 것 같습니다. 그는 "평생 열 번쯤 읽었는데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마치 주머니 속에 항상 있는 것처럼"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투어 내내 책을 들고 다녔다는 일화도 있고요. 그가 당시 겪고 있던 사회적 고립감과 단절, 그리고 소외감이 그르누이라는 캐릭터와 공명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쥐스킨트를 아직 못 읽으셨다면

    저는 『향수』 이후 쥐스킨트 증후군이라고 부를 만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좀머 씨 이야기』, 『비둘기』, 『깊이에의 강요』까지 그의 책을 전부 집어 들었고, 한동안 다른 작가 책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이 작가 특유의 견고하고 직선적인 문체는 한번 맛을 들이면 헤어 나오기 어렵습니다. 아직 접하지 못하셨다면, 『향수』 한 권만 읽어보시길 진심으로 권합니다.

    커트 코베인의 독서 취향은 『향수』에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지인들의 회고에 따르면 그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문고판 소설과 케루악의 낡은 책들을 항상 들고 다녔고, J.D. 샐린저와 알베르 카뮈도 즐겨 읽었다고 합니다(출처: Quora - What books did Kurt Cobain read). 샐린저와 카뮈에서 흔히 발견되는 소외(alienation)와 부조리(absurdism), 즉 사회의 규범과 의미 체계 자체를 거부하는 실존적 태도가 그의 가사 전반에 녹아 있다는 건, 제가 가사를 읽을 때마다 다시 느끼는 부분입니다.

    • 소외(alienation): 사회나 집단에서 정서적·심리적으로 단절된 상태. 그르누이와 코베인이 공유한 정서적 키워드입니다.
    • 부조리(absurdism): 인간이 세상에서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세상은 아무 의미도 돌려주지 않는다는 철학적 관점. 카뮈가 대표적으로 탐구한 개념입니다.
    • 비트 문학(Beat Literature): 1950년대 미국에서 기성 사회 규범을 거부하고 자유로운 삶과 즉흥적 표현을 추구했던 문학 운동. 케루악이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요약: 『향수』의 고립된 천재 캐릭터 그르누이는 커트 코베인이 느끼던 단절감과 맞닿아 있었고, 이 소설은 그의 가장 공격적인 너바나 트랙의 직접적인 원천이 됐습니다.

     

    가사 분석: 소설이 어떻게 노래가 됐나

    'Scentless Apprentice'는 1993년 앨범 In Utero에 수록된 곡으로, 너바나의 디스코그래피 안에서도 유독 날 것의 에너지가 강한 트랙입니다. 가사를 처음 꼼꼼히 읽었을 때 저는 꽤 놀랐습니다. 소설의 플롯이 이렇게 직관적으로 가사에 박혀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첫 구절 "Like most babies smell like butter / His smell smelled like no other"는 그르누이가 태어날 때부터 체취가 전혀 없어 유모들에게 거부당했던 장면을 그대로 옮긴 것입니다. 그리고 "There are countless ways of pressing flowers"라는 가사는 냉침법(enfleurage)을 직접 가리킵니다. 냉침법이란 꽃이나 식물의 향을 차가운 지방층에 흡수시켜 에센셜 오일을 추출하는 고전적인 향수 제조 기법인데, 소설에서 그르누이가 이 기법을 사람의 몸에 적용한다는 설정이 소름 돋는 공포감의 핵심입니다. 커트 코베인은 이 기술적인 묘사를 시적으로 압축해 가사 한 줄로 집어넣었습니다.

    음악적으로도 이 곡은 평소 너바나와는 다릅니다. 드러머 데이브 그롤이 도입부의 기타 리프를 포함한 작곡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곡으로, 크리스 노보셀릭의 그로테스크한 베이스 라인과 데이브 그롤의 파괴적인 드럼이 뼈대를 이룹니다. 코베인 본인은 처음 이 리프를 들었을 때 "약간 부족하다"고 생각했다고 하는데, 결국 세 멤버가 함께 작업을 밀어붙여 In Utero에서 가장 거친 트랙 중 하나로 완성시켰습니다(출처: San Diego Public Library 큐레이션 리스트).

    "You can't fire me because I quit"의 무게

    데이브 그롤은 2010년 Mojo와의 인터뷰에서 이 곡의 가사 중 "You can't fire me because I quit"을 너바나 전 곡을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가사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그는 시애틀 자택에서 In Utero의 첫 믹스를 틀고서야 그 문장의 무게를 실감했다고 했는데, 제가 읽기에도 이 한 줄은 단순한 가사가 아닙니다. 코베인이 당시 외부에서 쏟아지던 비판과 기대,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으로부터 느꼈던 압박을 담아낸 문장처럼 들립니다.

    코베인은 인터뷰에서 이 소설을 읽으면 코를 잘라버리고 싶어진다고까지 말했는데, 이건 건강 염려증(hypochondria), 즉 자신의 신체에 대한 과도한 불안과 집착을 의미하는 심리적 경향이 소설의 감각적 묘사와 충돌하면서 생긴 반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압도적이고 기괴한 에너지가 곡 전반의 스크리밍 보컬과 불협화음 기타 리프로 고스란히 흘러들어갔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단순히 소설을 좋아했던 게 아니라, 소설이 자신의 신체 감각을 자극하는 수준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니까요.

    요약: 'Scentless Apprentice'의 가사는 냉침법(enfleurage) 묘사부터 체취 없는 아기의 탄생까지 소설의 핵심 장면을 직접 차용했으며, 곡의 날 것의 사운드는 코베인이 소설에서 받은 감각적 충격을 그대로 음악으로 전환한 결과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커트 코베인이 『향수』를 얼마나 읽었나요?

    A. 코베인 본인이 "평생 열 번쯤 읽었는데 멈출 수가 없다"고 직접 말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투어 중에도 항상 책을 들고 다녔다는 지인들의 증언도 있습니다. 단순한 영감의 원천이 아니라, 그에게 일종의 집착에 가까운 책이었던 셈입니다.

     

    Q. 'Scentless Apprentice'는 커트 코베인 혼자 만든 곡인가요?

    A. 아닙니다. 너바나 멤버 세 명의 공동 작업입니다. 도입부의 기타 리프를 포함한 곡의 기본 구조는 데이브 그롤이 먼저 가져왔고, 코베인은 처음에 다소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함께 작업을 이어가 결국 In Utero 최고의 트랙 중 하나로 완성했습니다.

     

    Q. 냉침법(enfleurage)이 가사에 나온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A. 냉침법(enfleurage)이란 꽃이나 피부의 향기를 지방층에 흡수시켜 추출하는 전통 향수 제조 기법입니다. 소설에서 그르누이는 이 방법을 사람에게 적용해 향기를 채취하는데, 가사 "There are countless ways of pressing flowers"가 바로 이 장면을 시적으로 압축한 표현입니다. 알면 알수록 소름이 돋는 구절입니다.

     

    Q. 『향수』는 어렵지 않나요? 처음 읽는 분들도 괜찮을까요?

    A. 제 경험상 이건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오히려 속도감이 강해서 한번 시작하면 멈추기가 더 어렵습니다. 고전 문학의 진입 장벽을 걱정하시는 분들도 쥐스킨트의 문체는 대부분 낯설지 않게 받아들입니다. 첫 챕터만 읽어보시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글을 마치며

    잡지 한 줄짜리 기사가 저를 서점으로 뛰어가게 만들었고, 그 충동이 쥐스킨트 전작을 탐독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커트 코베인에게 『향수』가 그런 책이었다면, 저에게 『향수』는 코베인이라는 창구를 통해 들어온 책이었습니다. 그 연결 고리 자체가 지금도 신기합니다.

    'Scentless Apprentice'를 다시 듣고 싶으신 분들이 있다면, 가사를 먼저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소설을 모르고 들을 때와 알고 들을 때, 곡이 완전히 다르게 들립니다. 특히 후반부 코베인의 스크리밍이 어디서 왔는지, 그 에너지의 원천이 무엇인지 조금은 느껴지실 겁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향수』도 한 번 집어 드세요. 후회하실 일은 없을 겁니다.

    참고: San Diego Public Library - Kurt Cobain Reading List / Quora - What books did Kurt Cobain 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