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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완 (오프닝 멘트, 완벽주의, 창작 철학)

cgking 2026. 7. 24. 23:48

목차


    20년 가까이 라디오와 TV를 거의 안 보고 살았습니다. 그런데도 김창완이라는 이름은 어딘가 늘 귀에 걸렸습니다. 가수, 배우, DJ, 화가, 작곡가. 이 많은 것을 23년간 라디오 부스에 앉아 해낸 사람의 글을 읽고 나서, 저는 꽤 오래 책을 덮지 못했습니다.


    매일 아침 오프닝 멘트를 직접 썼다는 것

    라디오 DJ가 오프닝 멘트를 작가에게 받아 읽는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게 당연한 분업이라고만 여겨왔습니다. 그러다 김창완이 23년 동안 매일 아침 오프닝 멘트를 직접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잠깐 멈추게 됐습니다.

    여기서 오프닝 멘트란 단순한 인사말이 아닙니다. 청취자가 하루를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귀로 받아들이는 언어, 말하자면 일종의 '감각의 포문'입니다. 그걸 매일 스스로 썼다는 건, 글쓰기를 루틴(routine)으로 체화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루틴이란 반복되는 행위가 의식(ritual)이 되는 상태를 말하는데, 창작자에게 이것은 영감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매일 앉아서 쓰는 훈련에 가깝습니다.

    그가 말한 것 중 제가 직접 메모해둔 대목이 있습니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더 어려워진다." 이게 얼마나 단순하고, 또 얼마나 정확한 말인지. 저도 글을 쓰다 막히면 '이건 너무 어렵다'고 단정 짓는 순간 손이 멈추는 경험을 반복해왔기 때문입니다. 오감(五感)을 통해 일상을 느끼는 것이 글쓰기의 출발이라고 그는 덧붙였는데, 이 말은 거창한 소재가 없어도 쓸 수 있다는 선언처럼 들렸습니다.

    반복되는 일상이 삶의 기둥이라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솔직히 그 말을 처음엔 조금 낭만적으로만 읽었습니다. 그런데 23년이라는 숫자 앞에서는 그게 낭만이 아니라 실제 무게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오프닝 멘트를 23년간 직접 집필 — 글쓰기를 루틴으로 체화한 결과
    • "어렵다고 생각하면 더 어려워진다" — 창작 진입 장벽을 스스로 높이지 말 것
    • 오감으로 일상을 느끼는 것이 글쓰기의 시작 — 특별한 소재는 없어도 된다
    요약: 매일 오프닝 멘트를 직접 쓴다는 건 영감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앉아서 쓰는 것을 23년간 반복한 훈련의 결과입니다.

     

    완벽주의가 환상일 수 있다는 말

    완벽주의(perfectionism)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높은 기준이 좋은 결과물을 만든다는 논리입니다. 저도 한동안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완벽을 추구하다 시작조차 못 하는 상황이 훨씬 자주 찾아왔습니다.

    김창완은 젊은이들이 완벽함을 추구하며 고통받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완벽함은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이 위로처럼 들리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는 이것이 위로가 아니라 꽤 냉정한 진단이라고 읽었습니다. 완벽이라는 기준 자체가 외부에서 주어진 게 아니라 내가 스스로 설정한 것이라면, 그 고통 역시 내가 만들어낸 것이 됩니다.

    그는 음악이나 그림 작업에서 자신의 판단을 넘어선 시점에 작품이 완성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자신의 판단을 넘어선 시점'이란, 통제를 내려놓는 순간을 뜻합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몰입(flow) 상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몰입이란 과제의 난이도와 자신의 능력이 균형을 이룰 때 나타나는 최적 경험의 상태로, 헝가리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가 정립한 개념입니다(출처: TED — Mihaly Csikszentmihalyi).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숙성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그의 설명도 같은 맥락입니다. 억지로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익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 이게 완벽주의와 정반대의 태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도 동그라미라는 그의 말은, 읽고 나서도 한참 머릿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요약: 완벽이라는 기준은 스스로 설정한 환상일 수 있으며, 통제를 내려놓는 순간 오히려 작품이 완성에 가까워집니다.

     

    창작 철학 — 겸손이 에너지의 원천이라는 역설

    가수이면서 배우이고, DJ이면서 화가이고, 작곡가이면서 기타리스트인 사람이 어떻게 그 에너지를 유지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게 단순히 타고난 체력이나 다재다능함 덕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의외의 답을 내놓았습니다. 겸손함이라고.

    자신이 잘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선택하고 지지해준 감독, 작가, 청취자들 덕분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어떤 경우엔 그게 의례적인 겸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그의 말이 수사(修辭)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23년이라는 기간 동안 청취자와 매일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타인과의 관계를 창작의 동력으로 삼았다는 증거처럼 보였습니다.

    창작 철학(creative philosophy)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창작자가 작품을 만들어가는 기저에 깔린 태도와 세계관을 뜻합니다. 그의 창작 철학은 '나'가 아니라 '우리'를 향해 있었습니다. 장기하의 음악적 감각과 고정된 스타일이 없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도, 아이유와의 협업을 즉흥적으로 진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힙니다. 정형화되지 않은 방식, 타인의 에너지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그를 오래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음악을 하는 이라면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일 거라는 편견을 저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해진 시간에 라디오 부스에 앉아야 하고, 늦잠을 자거나 길이 막혀도 안 되는 생활을 23년간 이겨낸 사람이 "겸손이 비결"이라고 말할 때, 그건 단순한 미덕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오히려 지속 가능성을 만든다는, 꽤 실용적인 통찰에 가깝습니다.

    요약: 다양한 분야에서 오래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재능이 아니라, 타인의 선택과 지지를 창작의 동력으로 삼는 겸손한 태도였습니다.

     

    이별과 상실, 그리고 고통을 담는 서랍

    사랑은 희생과 헌신이라고 말하는 분들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 과장되거나 만능 해결책처럼 여겨진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김창완은 후자에 가까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배우자와의 만남에서도 '이 사람은 내 것'이라는 확신보다 모호하고 막연한 좋음이 있었다고 회상했는데, 저는 그 표현이 오히려 더 진짜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야기를 꺼낼 때 그는 어린 시절 만든 노래가 큰 위로가 됐다고 했습니다. 음악이 사라지는 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면서, 과거의 아픔들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을 깨달았다고요. 상실감(loss)이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심리적 공백 상태를 말하는데, 심리학에서는 이 공백을 억지로 채우려 할 때 오히려 회복이 더뎌진다고 봅니다(출처: 미국심리학회(APA) — Grief). 그의 말은 그것과 정확히 맞닿아 있었습니다. 이별과 상실은 강요된 것이 아니라, 완벽한 마침표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림 작업도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공허함과 막막함을 캔버스에 담으며 정신을 단련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캔버스(canvas)란 화가가 물감을 올리는 물리적 바탕이지만, 그에게는 감정을 수납하는 공간에 가까워 보였습니다.

    마음속에 고통이나 상처를 담을 작은 서랍을 마련하여 감당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그의 말이 오래 남았습니다. 고통을 피하기보다 고통을 견디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도 했는데, 이게 젊은 세대에게 건네는 가장 솔직한 메시지였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도 과거에는 비관주의자였다고 고백하면서요. 저 역시 읽는 내내 잠시나마 모든 부담을 덜어낼 수 있었다는 걸,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실감했습니다.

    요약: 이별과 상실은 억지로 채워야 할 공백이 아니라, 마음속 서랍에 담아두고 견디는 능력을 키울 때 비로소 완성되는 마침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김창완은 라디오 DJ를 얼마나 오래 했나요?

    A. 23년간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단순히 오래 한 것이 아니라, 그 기간 동안 오프닝 멘트를 매일 직접 작성했다는 점에서 창작자로서의 면모가 더 두드러집니다. 이를 단순한 장수 프로그램으로만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23년을 글쓰기 훈련의 기록으로 읽었습니다.

     

    Q. 김창완이 말한 완벽주의 극복 방법은 뭔가요?

    A. 완벽함은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음악이나 그림 작업에서 자신의 판단을 넘어선 시점에 작품이 완성된다고 했는데, 이는 통제를 내려놓는 것이 오히려 완성에 가까워지는 방법이라는 뜻입니다. 완벽주의가 동기 부여가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는 시작을 가로막는 경우가 더 많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Q. 김창완이 협업한 후배 뮤지션은 누가 있나요?

    A. 장기하와 아이유가 언급됩니다. 장기하에 대해서는 고정된 스타일이 없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고, 아이유와의 협업은 즉흥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정형화되지 않은 방식의 공동 작업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그의 창작 철학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Q. 이 책은 어떤 사람에게 맞는 책인가요?

    A. 300페이지가 안 되고, 대부분의 글이 한 페이지를 넘기지 않습니다. 두꺼운 책이 부담스럽거나 평소 책을 잘 읽지 않는 분도 충분히 다가설 수 있습니다. 심오한 철학서를 기대하는 경우엔 다소 가볍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문장 사이의 여백을 천천히 읽는다면 그 안에 꽤 단단한 이야기가 담겨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글을 마치며

    라디오를 거의 듣지 않고 살아온 저에게 김창완은 이름으로만 존재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의 글을 읽고 나서는, 방송을 들어보지 않았어도 그 목소리가 문장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용이 포근했고, 지친 걸 다독이는 글이었습니다.

    "찌그러져도 동그라미"라는 말이 그 중에서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자신이 그린 동그라미 중 '정말 동그랗다'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건 몇 없지만, 그렇다 해서 동그라미가 다른 무언가가 되지는 않는다고. 글쓰기든 창작이든 일상이든, 완벽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그것이라는 말을 이렇게 조용하게 건넬 수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 고통을 담아두는 서랍을 마련해두는 것, 자신을 얕은 기준으로 가두지 않는 것. 이 두 가지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이유가 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cXAhl1z2RM